1. 현실의 벽 앞에 선 소년
『완득이』는 서울 변두리 옥탑방에서 살아가는 열일곱 소년 완득이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는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이며 다문화 가정의 자녀로, 사회적 편견과 무관심 속에 방치된 존재다. 아버지는 왜소증 장애인이고, 어머니는 베트남 출신으로 오래전 집을 떠났다. 완득이는 공부에는 관심 없고 싸움만큼은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 인물이다. 그런 그의 삶에 뜻밖의 균열을 만든 인물이 담임선생 ‘똥주’다. 처음에는 재수 없는 존재로만 보였던 똥주는, 외면했던 어머니의 존재를 알려주고 삶의 방향을 바꾸는 계기를 만들어준다. 『완득이』는 이렇게 한국 사회의 음지에 놓인 청소년을 현실적으로 조명하며, 독자에게 ‘우리는 이들을 얼마나 외면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2. 입체적 캐릭터와 속도감 있는 서사
『완득이』는 무엇보다 인물들이 살아 숨 쉰다. 완득이는 말보다 주먹이 앞서는 아이지만, 내면에는 외로움과 정에 대한 갈망이 있다. 똥주는 거칠고 무례한 언행으로 불편함을 주지만, 알고 보면 누구보다 따뜻하고 정의로운 인물이다. 이 밖에도 전교 1등 모범생 윤하, 외국인 노동자 핫산, 앞집 아저씨 등 다양한 조연들이 저마다의 서사로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 인물들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완득이의 성장과 갈등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작용한다. 또한 김려령 작가 특유의 빠르고 유쾌한 문장, 입담 좋은 대사들로 이야기는 단숨에 읽힌다. 특히 킥복싱 훈련 장면, 학교생활, 가정과 사회의 충돌 등은 생생한 장면 전환으로 만화처럼 머리에 그려진다. 입체적인 인물과 속도감 있는 서사는 독자들을 이야기 속으로 깊이 끌어들인다.
3. 웃음 뒤에 남는 묵직한 질문
『완득이』는 겉보기엔 유쾌하고 속도감 있는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읽고 나면 마음 깊은 울림을 남기는 작품이다. 이야기 속에는 장애인 가족, 다문화 배경, 기초생활수급자, 외국인 노동자 등 현실 사회의 민감한 이슈들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그러나 이 소설은 무겁게 교훈을 주려 하지 않고, 인물들의 일상과 감정을 통해 독자가 스스로 고민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완득이가 외면했던 어머니를 다시 만나고, 똥주가 외국인 노동자를 위해 행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독자는 ‘나는 타인의 고통에 얼마나 관심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김려령 작가는 완득이라는 소년을 통해 사회적 약자에 대한 편견과 무관심을 드러내면서도, 그 속에서 사람 간의 연대와 성장 가능성을 함께 제시한다. 이로써 『완득이』는 단순한 청소년 소설을 넘어, 누구에게나 생각할 거리를 남기는 작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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